예전부터 브롬톤 기차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지역 동호회분이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란 것을 소개해주셔서 일주일 전 토요일에 다녀왔습니다.
협곡열차에 대한 건 위의 링크를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원래 지역동호회분이 만든 코스는 봉화읍내에서 기차(무궁화호)를 타고 동백산역까지 이동 후 30Km정도 라이딩해서 승부역까지 가는 코스였습니다만...
이왕에 강원도까지 올라가는데 자전거를 더 타야하지 않나 싶어서 제 나름대로 코스를 수정했습니다.
봉화읍에서 조금 더 간 춘양면소재지에서 바로 라이딩을 시작해서 태백인근 한바퀴 돌아 승부역으로 도착합니다.
자전거는 코스의 오르막 구간 경사도가 상당한 만큼 두대 가지고 있는 브롬톤 중에서 순정 6단 기어의 중량톤(12Kg중반?)으로 결정했습니다.
예보상 기온이 꽤 떨어진다기에 나름 복장을 신경 썼음에도 상당히 추웠습니다.
브롬톤에 져지, 빕타이츠도 나쁘진 않지만 이 날은 일반 관광객 코스프레(...)를 했습니다.ㅎㅎ
상의는 브린제 위에 얇은 기능성셔츠(아크테릭스 엘라호), 그리고 위글에서 하나 남은 거 건진 마모트 폴라텍 알파 다이렉트 쟈켓입니다.
겉감이 퍼텍스 퀀텀 에어라서 통기성이 좋아 땀도 잘 마르고 괜찮은데, 이 날 너무 너무 추워서 셔츠는 두꺼운 걸 입을 걸 하는 후회를 했습니다.
피부까지 냉기가 스며서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바지는 자건거탈 때 엄청 편한 라파 테크니컬 트라우저, 신발은 파이브텐 평페달슈즈고 아주 두꺼운 울양말 신었습니다.
올 가을 첫서리도 구경했습니다.
출발지인 경북 봉화군 춘양면은 강원도 철원과 더불어 겨울철 최저기온 기록 뉴스로 종종 나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주일 전에 이미 영하 5도를 찍었습니다.
춘양면에서 소천면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노루재입니다.
날씨만큼은 정말 맑았습니다.
내장기어에 허브다이나모까지 달려 있어 정말 안나갑니다.
거기에 리어랙, 무거운 브룩스 가죽파츠
브로미를 학대한다기보다 제가 학대당하는 느낌이더라구요.
노루재를 넘어 소천부터 통리재까지는 대구600K 브레베 코스를 거꾸로 달리는 구간입니다.
방수장갑으로 팔지만 방수는 안되는(...) 두꺼운 DHB 장갑을 끼고 달렸는데도 손이 너무 시렸습니다.
아... 핫팩 하나 챙길 걸...하는 후회도 들었구요.
소천에서 좀 더 지나면 청옥산 넛재입니다.
대구600K 브레베 최고 고도점인 청옥산 넛재
여긴 대개 이튿째 날 아침에 넘게 되죠.
참 아름다운 고갯길인데... 내려갈 땐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기온이 좀체 오르질 않더라구요.
고도가 높아서 더 그렇겠지요.
출발지인 춘양부터 최저고도는 이미 400미터에 가깝습니다.
산세와 계곡이 참 좋습니다.
추워도 서서 둘러보며 지나갑니다.
여름엔 제발 그늘길이 나왔으면 싶었는데, 이젠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길만 있었으면 하게 됩니다.
강원도쪽은 단풍이 완전히 물들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직이더라구요.
그래도 보기 좋은 지점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이쪽 지역은 예전에 도로사정이 좋지 못했던 탓인 지 철로와 역이 자주 눈에 띕니다.
그리고 경북 봉화에서 강원도 태백으로 접어들어서...
'구문소'입니다
대구600K하다 여유 있으면 사진 찍고 가던 곳
이번엔 좀 느긋하게 구경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단풍보며 달려서
철암역입니다.
여기는 올해 초 대구600K 대체브레베의 기억이 있던 곳입니다.
원래 대구600K는 이전의 도계에서 숙박하는 게 보통이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좀 더 지나 통리에서 자고 가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영향으로 여관이나 민박집이 죄다 문을 닫았더라구요.
늦은 밤 날은 춥고, 역사 안에 들어가 떨면서 이도저도 못하던 기억이 납니다.
dnf하기에도 워낙 오지라서 돌아갈 길이 막막하기도 했구요.
다행히 아까 구문소에서 코스를 약간 벗어나 큰 모텔을 찾아서 숙박하고 무사 완주했었습니다.
전에 이곳을 지났을 땐 저 옆에 가게들이 다 영업을 하지만 너무 이른-혹은 늦은-시간이라 문을 닫았구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와보니 폐광촌을 전시실화한 관광지더라구요.
이 곳에서 브롬톤 가방에 담아온 김밥과 남은 코스 잘 달리게 해줄 BCAA까지 타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습니다.
첨암단풍군락지입니다.
군락지란 이름과는 다르게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사진 몇장 남기고 갑니다.
북쪽에서 넘어올 땐 꽤 높은 고개인 통리재
철암에선 그리 많이 오르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서부턴 대구600K 구간을 벗어납니다.
'신리재'넘어 '너와마을'이란 게 보여서 잠시 구경하고 갑니다.
원래 관람시설로 운영하는 곳인 듯 하지만 코로나19영향으로 중단 중인 것 같습니다.
신리재는 도로가 폐쇄되진 않았지만 지난 태풍과 폭우로 도로가 유실된 위험구간이 있으니 혹시 가실 분들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여긴 구경하느라 사진을 얼마 못남겼는데, '동활계곡'입니다.
바위들이 즐비한 산과 계곡의 풍경이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석개재를 넘기 전에 옆으로 살짝 빠져서 덕풍계곡도 보고 옵니다.
근데 전 동활계곡쪽이 더 좋지 않나 싶어요.^^
자주 오기 힘든 곳이니 그래도 구경하고 가야죠.
대망의 석개재
강원도 삼척에서 경북 봉화로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6.5Km 평균경사도 10.5% 1등급 산악구간
길고 경사도도 높고...
도입부 저 표지판은 거짓말입니다.
왜냐면 시작부터 15-16% 찍거든요.
위험한 곳입니다.
뭔 좋은 구경하겠다고 브롬톤으로 이런델...;;
역시나 도로유실 구간도 있어서 더 위험하구요.
올 여름 태풍과 폭우 피해가 전국적이네요.
이런 곳이 강원도나 경북뿐만 아니라 곳곳에 있더라구요.
한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900m 고개인데 표지판이 참 소박합니다.^^
석개재를 내려오면 석포면 소재지가 나오는데요.
영풍 석포 제련소가 있는 그 곳입니다.
제련소의 고압증기에 주변 산의 나무들이 다 고사하고 산사태의 흔적이 보입니다.
지나갈 때 뭐라 혈용할 수 없는 나쁜 공기가 폐로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종종 접하는 지역뉴스의 주민분들 건강이야기가 머리에 남더라구요.
재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기차를 타기 위한 1차 종착지인 승부역으로 가는 좁은 시멘트 포장길
고랭지라 배추밭이 많습니다.
열심히 달려서 겨우 도착했습니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의 좁은 협곡에 위치한 승부역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자동차도 자전거도 지날 수 없는 협곡구간입니다.
기차를 타야만 합니다.^^
원래 승부역에서 간단하게 요기라도 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빠듯하더라구요.
구경하느라 여유를 부린 탓도 있지만 아까 석개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로드바이크라면 훨씬 빨랐겠지만, 아무리 포장해서 기차에 싣는다고 해도 다른 승객분들 불편할까봐 브롬톤으로 달렸습니다.
예전 '비둘기호' 생각이 물씬 납니다.
기차는 좁은 협곡구간을 지납니다.
선풍기는 장식이고 에어컨에 와이파이도 있네요.ㅎㅎ
승부와 분천사이의 양원역에 잠시 정차합니다.
여기 주민들은 열차이외에 이동수단이 없었다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오지 중의 오지였나봅니다.
브롬톤은 무릎앞에 고이...
그리고 분천역
짧은 30분 정도의 기차여행이 끝났습니다.
어느 블로그에 1호차 맨 뒷좌석을 타면 통유리로 영화 '박하사탕'의 장면처럼 협곡의 흘러가는 뒷 풍경을 볼 수 있다고 나오는데요.
그건 승부->분천 방면이 아니라, 분천->승부방향으로 타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1호차 탔더니 통유리는 기관차 부분이 보이더군요.
아마 반대방향이어야 그 뷰나 나오지 않나 싶겠더군요.
30분 기차 탑승시간이 짧다고 생각되시면 협곡열차의 북쪽 종점인 철암역까지 타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라이딩 코스는 물론 변형해야 하구요.
그리고 이 열차 무척 일찍 매진됩니다
최소 일주일 전에 예매하셔야 합니다
분천 산타마을도 좀 구경하면 좋겠지만...
이미 시간은 오후 5시
해가 짧은 산간지역 특성상 바로 출발지인 춘양까지 달려도 캄캄합니다.
소천방면으로 노루재를 다시 넘어 가는 길도 있는데, 같은 길 다시 달리기 싫어 선택한 좀 더 남쪽 방면 루트
...에도 고개는 있습니다.
전망 좋은 카페도 보였지만 석개재에서 너무 털려서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었습니다.
소천까지 복귀라이딩도 획득고도가 400m나 되서 힘들었습니다.;;
이 날 획득고도 총합이 2700m나왔습니다.
브롬톤으로 타기엔 좀 높지 않았다 생각합니다.ㅎㅎ
그래도 가끔 기차여행 가고플 때 종종 다녀와도 좋은 곳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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