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를 쓸까말까 하다가 찍어둔 사진도 아깝고 올해 단 세개 뿐인 정규브레베니까 기념삼아(?) 남겨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적습니다.
상주200K는 저에게도 나름 의미가 있는 브레베입니다.
처음으로 완주했던 브레베였고 작년엔 제가 200K를 최단시간으로 완주했던(7시간 55분) 브레베이기도 했습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코스라서 될 수 있으면 매년 참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규브레베가 거의 다 취소되고, 대체브레베조차도 한동안 중단되어서 란도너분들께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을겁니다.(저는 운좋게 대체브레베를 빨리 치뤄서 겨우 겨우 슈퍼란도너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계획되어 있던 광주브레베 두개마저 대체브레베로 전환되고, 올해의 정규브레베는 지난 주 부산200K, 어제 상주200K, 마지막으로 이달 말일로 예정된 대구200K가 전부입니다.
귀한 정규브레베니까 올해는 전부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한달에 200K 세개...;;)
서두가 길었네요.
작년까진 출발지가 상주 시외버스터미널이었는데, 감염위험때문인지 인근 강변의 공터로 옮겨왔습니다.
자전거 거치대 앞에 얀 본스트라회장님과 이아담비서님, 마이크 나눈님, 그리고 한분은 잘...;;;
자리를 잡습니다.
검차와 브레베카드 수령 후 개인별로 바로 출발입니다.
CP인증도 퍼머넌트처럼 카카오톡으로 얀회장께 셀카를 보내는 형식입니다.
6시를 넘기고 다들 출발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같은 지역에서 온 지인분들과 간단히 인사하고 나서 오시기로 한 스마일맨님을 기다릴까도 했습니다만...
아직 식사중이시란 연락이 오고 아무래도 많이 늦어지실 것 같아서 그냥 먼저 출발하기로 합니다.
예보보고 짐작은 했지만 꽤 쌀쌀하더라구요.
상의는 도톰한 긴팔 메리노울져지에 쉐이크드라이 쟈켓 껴입었고, 손은 반장갑 겉에 목장갑입니다.
애매하게 손시린 아침에 참 괜찮습니다.
낮에 더워지면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구요.
(근데 브레베 끝나고 자전거 정리할 때 손더러워질테니 그때 쓰려고 낮에도 주머니에 넣어다녔습니다.)
반장갑 겉의 목장갑은 나름의 팁(?)입니다.^^
얇은 긴장갑은 굳이 살 필요가 없달까요.
아닌 게 아니라 보온대책 제대로 준비 못한 분들은 꽤 추우셨겠더라구요.
7시를 넘겼는데도 기온이 3도 초반까지 찍혔습니다.
게다가 안개가 자욱한 곳이 많아서 방풍쟈켓 없이는 몸에 스미는 냉기가 상당했을 겁니다.
슬슬 동이 터오고...
군데군데 안개가 걷힌 구간엔 햇살과 함께 예쁜 단풍길들이 나옵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과 겹치는 구간도 제법 됩니다.
분수령도 나오구요.
그냥 길들인데 가로수 풍경이 참 괜찮습니다
지나가다 속리산 국립공원도 보이구요.
단풍이 보기좋아 한 컷
낙엽이 보기좋아 또 한 컷
스마트폰은 아무래도 사진찍기 불편한 점이 많아서 조그만 미러리스 하나 챙겨갔습니다.
2~300K정도 브레베라면 그리 휴대하기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이렇게 맑은 날씨의 브레베도 운이 따라줘야 가능하죠.^^
브레베 하면서 사진 잘 안찍으시는 분들도 여긴 그냥 지나치지 못하셨을 것 같았습니다.
오전엔 안개가 심한 구간이 좀 있어서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그 안개때문에 오히려 더 운치있더라구요.
그렇게 풍경에 취해 달리다 보면 어느새 두번 째 CP인 이화령 오르막길입니다.
조금 길긴하지만 평소 자전거 꾸준히 타던 분들이라면 6~7%경사가 꾸준히 이어지는 그리 어렵지 않은 구간입니다.
정상엔 차들에 인파에...
전망사진만 하나 찍고
사회적 거리를 두기위해 잽싸게 내려옵니다.
사실은 배가 고파서였지만요.^^
이화령을 넘었으면 여기서 밥을 먹는 게 정해진 수순이랄까요.
예전보다 고기 양이 더 늘어난 느낌인데요.
공기밥 하나 더 시켜야 하나 싶긴 했습니다.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먹어야 남은 절반정도 거리를 덜 힘들게 달립니다.
개인적으로 국토종주 자전거길(4대강)은 강따라서 그냥 만든 자전거길이라는 느낌에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요.
여기는 참 좋달까요.
가을엔 코스모스죠.
또 찍어가야...(...)
굽이치는 강을 따라 가다가...
온 김에 문경 불정역도;;
코스가 시골 골목길을 미로를 통과하듯 지나가는데요.
덕분에 가민 맵 대충 보고 그냥 지나치기도 했습니다.
골목 안쪽의 주평역
요새 유행인(?) 레트로합니다.
들어가면 카페고 빵팔고 있을 듯한 느낌의...;;
건널목에서도 한컷
문경에서 벗어나면 토끼간빵, 막창순대로 유명한 예천군 용궁면입니다.
왼쪽의 박달식당 순대국밥(+막창순대, 오징어불고기)도 괜찮습니다.
문경읍에서 식사를 못하셨다면 여기쯤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공군 전투비행단을 지나서 예천읍의 마지막 CP를 찍고 나오면 코스의 막바지입니다.
상주200K는 매해 늦봄, 초여름이었습니다만 올해는 가을입니다.
예천부터 상주까지의 코스프로파일 상 고도표를 대충 보면 그냥 평지같은데요.
계속된 낙타등에 역풍구간입니다.
이제껏 달리느라 지쳤을 즈음의 고비가 됩니다.
올핸 계절이 바뀌어서 어쩌면 순풍을 탈수 있을 거라 기대도 했건만...
여긴 무조건 역풍이더군요.
빨리 가서 씻고 쉬면서 스마일맨을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페이스를 올려봅니다.
앞에 가시는 간큰남자님께 인사드리고 냅다 달려서...
9시간 31분 완주
스마일맨님이 미리 알아봐두신 재료소진 마감 중국집(...)을 패스하고...
출발지 인근의 다른 곳에서 함께 식사한 다음....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카페에서 커피까지 한잔 하고 하루를 아주 알뜰하게 보냈습니다.
스마일맨님은 3년도 더 전의 대구600K이후에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구요.
상주200K는 5년전의 쌍용계곡과 여우목 고개가 포함된 코스의 경치가 더 좋았다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참 좋은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쯤 경험해보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이상 쓸데없이 긴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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