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27일이었으니 너무 늦은 후기이긴 합니다.
다음달에 올해 대구400K도 예정되어 있어서 복기할 겸 작성해봅니다.
(더불어 이 코스의 문제점들도 되짚을 겸 말이죠. 여러모로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은 코스입니다.)
개인적으로 작년엔 R-12도 수퍼란도너도 접어두고 브레베를 조금 쉬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도 하나 딱 놓치기 싫었던 것이 100주년 400K 브레베 기념메달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이런 기념 아이템들을 좋아하기도 했고, 100주년도 큰 의미를 지니니깐요.
늘 그렇듯 가장 가까운 대구400K를 신청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기존의 강정고령보에서 위바이크로 출발지가 변경된 것을 비롯해서 코스들도 완전히 재편되었습니다.
예전 대구400K는 (구)대구200K와 -열리지 않은 지 한참된-포항200K를 합친 형태의, 대구에서 남동쪽을 돌아오는 코스였습니다.
이제는 대구에서 동북부를 돌아오는 전혀 다른 루트를 타게 됩니다.
대구에서 출발해서 동쪽으로 경산, 영천을 지나, 포항에서 영덕으로 해안도로를 타고 이동하가다, 내륙으로 영양, 안동, 구미를 돌아 대구로 복귀하는 코스입니다.
대경권 어지간한 루트들은 이미 자전거로 다 다녀봤고, 저 코스의 구간들도 거의 다 타본 곳들입니다.
그래서 코스프로파일을 보고 정말 획득고도가 4495m나 나온다고? 에이~ 다른 여러 브레베의 획득고도 표기처럼 뻥고도겠지~?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루트에서 높은 곳이라고 해봐야 포항 월포로 넘어가는 '경북수목원(110Km지점)'과 영양의 '창수령(200Km지점)'말고는 없으니까요.
이건 나중에 다시 언급할테지만 저건 실제로 가민엣지로 기록되는 획득고도에 가깝습니다.🙄
날씨도 그렇게 춥지 않을 듯 했고, 숙박을 할 지 말 지 타보면서 결정하자는 무대책으로 자전거는 최대한 단촐하게 세팅했습니다.
처음 400K 브레베를 도전할 땐 무박으로 20시간에 완주했었는데, 마지막에 너무 너무 졸려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후로는 400K도 짧게라도 자고 가는 걸로 했구요.(재작년엔 6시간 푹 자고 완주했습니다)
작년엔 그냥 아무 대책없이 출발했습니다. 졸리면 숙박업소 찾아가기로요.😅
(이 방법도 문제가 없진 않은데, 시골 산간지역엔 숙박시설이 잘없죠. 마찬가지로 보급지들도요...)
진정한 브레베의 시작이라는 400K라서 그런 지 출발인원은 소수정예의 느낌입니다.
(200~300K는 당일날 끝나니까요^^)
브레베카드 받고 출발합니다.
그런데 출발부터 왜 이리로 가야하나 싶습니다.
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를 버스전용차로 타고 한참을 가야 합니다.
거리야 조금 더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만 옆에 신천자전거길->금호강자전거길로 가면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가 있거든요.
쭉 뻗은 넓은 길이 좋아보여도 신호가 많아서 가다서다 하다보면 시간상 잇점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신천자전거도로에 비해 경치가 아름답거나 한 것도 아닙니다.
차들을 피하며 대구 시내를 겨우 벗어나서 경산즈음 겨우 자전거길을 타고서 영천 금호 CP1
잽싸게 인증샷 찍고 출발합니다.
영천에서 보현산방면으로 향합니다.
경치는 괜찮은 편이지만 차량통행이 많은 길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쪽보단 차라리 코스를 대구분들 많이들 가시는 영천댐방면으로 돌리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봄철에 영천댐 벚꽃길도 아주 볼 만하고 차량통행도 상대적으론 더 적은 편이거든요.
고개하나 넘으면 만나는 보현산 별빛마을
멀리 보현산 천문대와 면봉산 기상관측소가 보입니다.
둘다 1000m가 넘는 '자전거로 올라갈 수 있는 곳'들입니다.
여기서는 멀리서 구경만 합니다.^^
아까 언급했던 영천댐벚꽃길 끝과 합류하는 부분에서 더 진행하면 죽장면소재지, 죽장계곡이 있는데요.
여기 계곡길 참 괜찮습니다.^^
올라갔다 잠깐 내려간 후 다시 오르는 '경북수목원'
이번 브레베 최고고도점입니다.
600m를 조금 넘으니 절대적으로 아주 높은 고개는 아닙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고개를 신나게, 정말 신나게 내려오면 CP2 월포해수욕장
이쯤 달리면 대충 점심시간즈음입니다.
예전부터 월포가면 한번 들러야지~했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식당에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지 앞에 문앞에 진을 치고 있네요.ㅎㅎ
근데 아뿔사 여기 기본 2인이상만 주문가능했습니다.
어쩔 수 없지...'혼자 2인분 주문해야지(....)' 생각했는데, 먼저 들어와 계신 란도너 두분께서 합석을 권하시네요.
염치불구하고...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식당이름처럼 바닷가 집밥느낌입니다.
전 시간없는 란도너링이라도 편의점에서 대충 먹거나 좀 부대끼는 중국집보단 제대로 된 밥한끼가 좋더라구요.
식사는 같이 했지만 전 잘 못타니까 라이딩은 따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연히 제가 실제로 잘 못타기도 합니다만, 다른 분들의 하이페이스 라이딩은 따라가지 않기로 합니다.
별 계획 없는 이번 브레베도 단 한가지 계획은 있었는데요.
'무리하지 않는 주행'이었습니다.
파워미터를 이용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요.
평지는 Fatmax로만, 업힐구간도 3.5W/Kg을 절대 넘기지 않기로 정했습니다.
긴 거리니 만큼 다리를 최소한으로만 소모시키는 저 나름대로의 주행방법이었습니다.
힘이 남아도는 초반부부터 절대적으로 지키면서 달렸습니다.
(항상 초반에 전력질주하고 후반에 퍼지는 분들 많더라구요🙄)
오르락 내리락, 그래도 경치는 좋은 해안도로를 타고 영덕까지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CP2가 보이질 않습니다.
분명 축산항인데, 지점은 지나쳐서 우체국까지 왔는데도요.
조금 더 가니까 아까 같이 식사했던 두분이 편의점 보급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CP가 안보인다고 말씀드렸더니 저 조형물은 없더라고 하시더군요.
위치가 경찰서 앞이라서 다시 가서 인증샷 찍었습니다.
여태까진 그냥 그 사이에 조형물을 철거했나보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론 이 코스설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건 또 좀 더 뒤에 다루기로 하구요.🙄
이 곳을 조금만 지나면...
작은 마을에서 좌측으로 골목길 급경사 구간 고개를 넘어서 다시 내륙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영덕에서 영양으로 넘어가는 '창수령'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소설가 이X열(...)도 극찬했다는 아름다운 고개입니다.
경북북부권이라서 창수령을 넘고도 계속해서 오르락 내리락입니다.
영양 풍력발전단지쪽도 올라보면 꽤 경치가 좋습니다.
예전에 다녀오고 참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퍼머넌트 구간에도 포함되더군요.^^
대구 400K에선 살짝 멀리서만 보며 지나갑니다.
200Km 9시간 15분 걸렸습니다.
이제 절반쯤 탄 거죠.
파워는 165W, 팻맥스는 절대적으로 지킵니다.ㅎㅎ
업힐 중에 대충 여기가 어딘겨~하며서 쿼드락 거치된 폰으로 확인합니다.
3.5Kg/W도 절대적으로 지킵니다.
무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장거리니까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교도소로 유명한(...) 청송군 진보면에서 볶음밥 한그릇
배고프다 싶으면 이미 늦습니다.
미리 미리 보급해둬야죠.
장거리라이딩은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사실 라이딩 중 먹는 양만으론 라이딩하며 소모되는 열량만큼 채우지도 못합니다.
이어서 안동
임하댐이 시작되는 임동면입니다.
댐을 구경하며 가다가 안동대학교 직전 안동시 송천동에서 남쪽으로 꺽어서 대구방면으로 내려가기 시작하게 됩니다.
여기 네번째 CP가 있습니다.
11시간 20분 지났고, 남은 거리 151Km
원래 자고 가느냐, 바로 가느냐 기로에 있어야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일단 그냥 그대로 갑니다.
이쯤에서 잠깐 획득고도를 확인하는데...
정말 다 타면 4400m 나오겠는걸 싶었습니다.
그 와중에 노멀파워는 칼같이 165W네요.ㅎㅎ
안동에서 의성으로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이 코스에서 가장 사악한 경사도를 자랑합니다.
3.5를 넘겨서 3.77을 찍고 있습니다.;;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집니다.
흐린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기어이...
제발 많이 뿌리지는 마라는 생각만...ㅜㅜ
다행히 비는 그쳤고 어느덧 의성읍내.
역시 남은 거리가 자고 가기엔 좀 짧은 듯 하고, 별로 졸리지도 않더라구요.
아예 무수면으로 결심을 굳히고 커피한잔에 도넛을 보급했습니다.
요즘 프랜차이즈 도넛집 커피도 훌륭하더라고요.
원두도 선택가능하고, 고급으로 국내 스페셜티커피쪽으로 엄청 유명한 '커피리x레' 원두도 있길래 그걸 주문했습니다.
잠시 여유를 부려봤습니다.
그리고 잘~하면 17시간대 완주도 가능하겠는걸?!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리고 다시 달려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이라 주장하는 군위군 산성면 화본역에서 한 컷
어두워서 아름다운 지 구분이 잘 가질 않습니다만...ㅎㅎ
사실 지역에서 종종 라이딩 오는 곳이라 익숙합니다.
큰고개들 넘고서도 계속 오르락 내리락, 여기서도 고개 몇군데 넘어야 하는 건 익숙한 길이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익숙한 길인데 헤맸던 CP5 구미 '동락파크 골프장 입구'
브레베 중에 분명 이 위치에 CP가 있어야 하는데 왜 없지?
...하면서 엄청 왔다 갔다 왕복하며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동락파크 골프장' 코스 GPX파일 라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사진은 브레베 끝나고 그 다음 주에 지나가면서 결국 찾아내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기 컨트롤 찍힌 지점이 원래 위치인데요.
동락파크 골프장 저 표지판은 오른쪽 큰 길 위에 있습니다.
(높이상으로 아예 경사로 아래쪽입니다)
다시 이곳으로 진입하는 위치를 보면
GPX라인은 왼쪽 초록색 '자전거도로'구요.
저 표지판이 있는 곳은 오른쪽 차도-라기엔 주차장 내려가는 길-로 가야 나옵니다.
보통 자전거를 타면 자전거길을 우선해서 가게 되고, 코스 파일상으로도 그렇습니다.
왜 이런 오류가 생겼느냐 하면...
CP사진이 카x오맵 로드뷰 캡쳐거든요.😮💨
코스앱으로 자동으로 라인을 따다보니 자전거길로 루트가 나온 거고, 지도어플 로드뷰로 중간 어디 대충 위치 잡고 캡쳐해서 CP로 정했다고 밖엔...;;
아까 CP3에 없어진 구조물도 마찬가지로 로드뷰 캡쳐더군요.
이건 코스 작성 후 한번의 프리라이딩만 해도 잡아지는 문제입니다.
타는 분들 정말 적고 인기없는 제 퍼머넌트조차도 작성자로서 코스에 문제점이나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없는 지 확인차 매년 달리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달에도 대구400가 다시 예정되어 있는데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까지도 이건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코스가 바뀐다기에 꽤 기대도 했는데 이건 좀 무성의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길 지나 칠곡부터도 코스설계가 좀 난해하단 느낌이었구요.
대구시내 복귀까지 안전한 자전거길이 있는데 왜 이렇게 '일부러' 빙빙 돌리지 싶었습니다.
거리를 딱 400Km 맞추려고 어거지로 돌리는 거 아닌가 싶기까지 했습니다.
17시간대에 완주할 듯도 싶었지만 하도 헤매고 뺑뺑이 돌다 보니까 도저히 무리겠구나 싶어서 대구시내 들어가자마자 마지막 보급
17시간 50분
남은 거리 9.77Km
7시간대 완주는 확실하게 글렀으니 어슬렁 어슬렁 들어갑니다.
동락파크 골프장이 내내 아쉽습니다.
그래도 맨 첫번째 완주
헤매다 보니 411.6Km
획득고도는 4316m
완주시간은 18시간 18분(묘합니다ㅋㅋㅋ)
그리고 이 라이딩은 얻은 성과라면...
팻맥스로만 타도 시간상 널널하다.
그리고 신체데미지까지 거의 없다는 점에선 더 좋다.
100주년 메달도 완소👍
한참 늦은 이 후기를 적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보완해야할 부분들 때문입니다.
이제 한달 조금 더 남았는데 코스설계자 분은 코스를 직접 한번 완주해보시고 점검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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