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년만이네요.
코로나19 팬데믹에다 작년엔 이태원참사 추모기간(오늘이 마침 1주년입니다. 다시 한번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이 겹쳐서 정말 오랜만에 개최된 대회였습니다.
매년 가을말 단풍시즌에 열리다 보니까 자덕들에겐 한해 열심히 자전거 탄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죠.
그리고 여타 다른 그란폰도와는 달리 지자체와 더불어서 공공기관(문체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최하는 행사이기도 해서 동호인들에겐 가장 큰 라이딩 이벤트입니다.
개인적으론 지난 19년대회보단 좀 더 나은 기록을 노리면서 참가했습니다.
물론 상위권 순위나 입상은 꿈도 못꾸니 그저 개인기록만...ㅎㅎ
코스도 '그란폰도'로서 딱 적절합니다.
저로선 사는 지역에서 비교적 가깝다보니 대회가 아니더라도 종종 라이딩하러 가는 곳들입니다.
거리 121.9Km, 가민엣지에 기록되는 획득고도는 2350m쯤 됩니다.
초보자분들껜 컷인 6시간도 빠듯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쌩초보분들이야 국토종주도 아니고 그란폰도를 나오시겠습니까만은...ㅎㅎ
날씨와 기온은 그냥 라이딩하기 최고다 싶었고, 출발지인 동양대학교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도 참 좋았습니다.
출발시간은 9시, 전 8시도 안되서 도착했는데도 주차장엔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밖에다 세워두고 자전거 세팅한 다음 다시 들어왔습니다.
잠도 좀 설쳤고, 출발 전과 라이딩 후 추울 때 입으려고 챙겨뒀던 자켓도 깜빡하고 안가져오고...
아침부터 뭔가 좀 안풀리는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예감이 좋지 않은데...?"
안장가방과 탑튜브백 떼고 될 수 있으면 가볍게...
시대에 뒤쳐진 림브레이크의 10년된 프레임
거기다 로우림 휠셋
그나마 구동계와 안장은 최신입니다만...ㅎㅎ
미벨로 출전하시는 분에다 배번달린 브롬톤도 한대 봤으니 그에 비하면야 뭐...;;
안되겠지만 경품추첨권 넣고 출발지점으로 갔습니다.
출발선에 서긴 했는데...
참가자 2000명
전 가장 먼저 출발하는 특선그룹에서도 한참 뒤로 밀려나왔습니다.ㅜㅜ
폭죽과 함께 출발
어쨋거나 출발부터 뒤로 밀려버렸기 때문에 열심히 상위그룹을 추격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퍼레이드 구간이라 다행이었죠.
가민에서 삐삑 소리가 계속 나는데, 제가 정신이 없는 나머지 깜빡하고 스타트버튼을 안눌렀습니다.
그래서 초반 약 2Km정도 로그가 날라갔습니다.ㅜㅜ
안좋은 조짐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퍼레이드 끝나자마자 바로 업힐 시작입니다.
힛틋재
낮은 업힐이긴 하지만 초반부터 털어내려는 라이더들이 작정하고 불을 당깁니다.
영상은 약경사가 시작되는 부분인데 무슨 평지 스프린트 치듯이 달려나갑니다.
고프로 배터리를 두개나 완충시켜왔는데 기온탓인지 금방 꺼져버려서 영상이 아주 짧습니다.
다시금 안좋은 예감이...;;
예천으로 들어가는 초반부, 여기만 안개가 좀 심했습니다.
그런데 상위그룹속도가 정말 무시무시했습니다.
평지에선 40Km/h 후반에서 50Km/h초반대까지도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중간 중간 저같은 쭉정이들 털어내려는 인터벌이...
가끔 3~400W 밟아서 쫒아가야 할 때 아주 죽을 맛이더군요.ㅜㅜ
그래도 37Km지점에 초간정 보급소가 있으니 다른 분들 쉴 때 같이 묻어가야지 했습니다만...
정말 한명도, 단 한명도 안멈추고 통과합니다.ㅜㅜ
보통 보급소에선 지원하시는 분들이 잠시 드시고 가시라고 호객행위(...)를 하시게 마련인데 그냥 '화이팅'만 외치더군요.
그냥 가세요~란 의미로 느껴지는...;;
그래서 제 1보급소가 운영된 지도 몰랐던 분들이 계셨던 것 같습니다.
다음 업힐 중에 국민체육진흥공단 저지입은 여성 선수들 대화에 "이 거리나 왔는데 왜 보급소가 없지...?" 라고...;;
이건 이달 초 초간정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나름 경치도 좋고, 옆에 큰 화장실도 있고 그렇습니다.
보급소로 참 적절한 곳이었는데 말이죠...
전 평지에서 너무 털렸고, 초간정 다음부턴 연속업힐이라 팩들이 분리되기 시작하니까 선두그룹은 고이 보내드렸습니다.
업힐은 각자도생, 평지는 적당히 따라오는 그룹에 얹혀가기...-_-
그리고 이어서 성황당재였나 고개였나 모르겠습니다.
다운힐 내려가는데 두명이 쓰러져있고 상황이 심각해보이더라구요.
오늘 보니 뉴스에도 나왔더군요.
다운힐 중에 두분이 부딪혀서 낙차했는데 한분은 의식불명으로 후송되었다고...
쾌유를 빌겠습니다.
배터리문제로 고프로는 더 이상 쓸 수 없어서 아이폰 액션모드
저수령 도입부쯤 될 것 같습니다.
헐떡대며 오르는 저수령(거리 7.6Km, 상승고도 610m)
힘든 고개이긴 해도 이맘 때쯤 경치는 참 좋습니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과 햇살, 그리고 나무그늘이 예쁩니다.
아이폰 15 프로맥스 5배줌 액션모드 손떨방도 괜찮네요.ㅎㅎ
저수령은 평균 218W, 35분 걸려서 올랐습니다.
3점대 후반... 이 정도로는 올라가야 4시간대 중반 완주를 기대할 수 있을겁니다.
굇수분들이라면 몰라도 전 여길 4점대로 오르면 남은 구간을 기약할 수 없게 되니까 적당히 페이스를 조절했습니다.
저수령은 이미 시장판입니다.
세상엔 자전거 잘 타는 분들이 너무나 많고 전 한낱 포자일 뿐이라고 느낍니다.
아까 예천쪽 평지에서 체구가 엄청 작은 여성라이더분도 그 속도에 붙어서 달리더라구요.
평지는 절대파워 싸움일텐데...
(내 로우림 휠셋이 문제인가? 생각도 물론 조금 들긴 했습니다.ㅋㅋ)
백두대간 그란폰도의 하이라이트
저수령표 꽈배기b
현장에서 바로 바로 제조되는 신선한 저수령꽈배기(TM)
그 전에 아미노바이탈 받구요.
바나나도 한개 까잡수시고...
어묵탕 한사발에...
하이라이트인 튀긴 빵들
자당엔 자당(설탕)에 굴린 꽈배기(ㅈㅅ...)
의외로 등킨도나쓰 맛이 느껴지더군요?
약간 찰진 느낌의 찹쌀꽈배기 맛이 아니라요.ㅎㅎ
팥도나쓰
안에 든 팥이 저려미 통조림 팥맛이 또 아니네요?
약간 가격대가 있는 빵집빵 느낌?ㅎㅎ
마무리로 팥볼
역시 백두는 꽈배기가 맛있어서 전 그건 두개먹었습니다.ㅎㅎ
입가심으로 국산(...) 콜라까지 마무리
저수령 미식투어 코스요리 다 먹었으니 이제 남은 백두 코스엔 여한이 없습니다.-_-
이후 조금 긴 다운힐을 지나면 단양으로 접어들고...
선암계곡쪽 단풍이 정말 예쁘게 물들고 있더라구요.
좋은데... 다 좋은데 경치볼 여유가 없습니다.ㅜㅜ
그리고 마지막 업힐인 죽령
좀 길긴 해도 난이도가 높다거나 하진 않습니다만...
연속혈당측정기를 달고 라이딩 했는데, 오후1시 전후 혈당이 70아래로 떨어집니다.
여기가 죽령쯤 달리고 있을 때입니다.
봉크... 운동성 저혈당입니다.
다리에 힘이 안들어갑니다.ㅜㅜ
아까 보급도 잔뜩했는데 소화가 너무 더뎠나 봅니다.
이제와서 파워젤 급히 짜 먹어도 금방 회복될 리가 없습니다.;;
죽령 오르는데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아까 저수령에선 평균 218W, 죽령은 163W ㅜㅜ
그나마 쥐어짜서 이 파워라도 나오는데, 이렇게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면 다리에 데미지가 엄청나게 쌓입니다.
뒤에선 다른 분들이 계속 추월해갑니다.
업힐에서 이런 굴욕은 처음입니다.ㅜㅜ
아까 저수령에선 하나둘 따라잡는 맛(...)이 있었는데, 반대로 생각하니 기분이 짐작되더라구요..;;
더 이상 빙에가르를 쫒을 수 없던 포가차르의 심정?
아... 완전히 나가리되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잘 해서 4시간 15분쯤 완주, 못해도 4시간 30분
망했습니다.ㅜㅜ
꾸역꾸역 죽령을 넘고서 풍기읍내에선 차량에 하던 수신호를 잘못보고 코스 이탈해서 달리다 되돌아 왔구요.
가민의 삐리리리리리리~소리와 함께 코스종료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완주 계측지점ㅜㅜ
최종기록은 (못해도) 4시간 30분에서 6분이상 넘어간 4시간 36분 23초
순위는 100위권 후반...ㅜㅜ
결국 목표달성은 실패했습니다.
죽령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완주메달 받구요.
(전 19년도 디자인이 더 맘에 듭니다.ㅎㅎ)
(당연히 될리는 없지만) 경품추첨까진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땀에 쩔은 몸 좀 씻고, 옷갈아 입고...
점심식사도 했구요.
평양냉면 좋아하시면 여기 괜찮습니다.
그란폰도 기념품인 영주사랑상품권 가맹점이기도 하고, 블루리본 맛집입니다.
풍기읍이 예전에 이북에서 건너온 분들이 많이들 정착하셨다고 하고, 평양냉면집도 좀 있었는데 오랫동안 명백이 이어지고 있는 곳은 이 집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전 라이딩 때 워낙에 털려서 상품권 쓴다는 것도 잊고서 허겁지겁 먹고만 나왔네요.;;
차는 다시 동양대밖에 주차하고 싣고온 브롬톤 타고 경품추첨 구경갔는데...
예상대로 꽝이었습니다.ㅎㅎ
비록 목표한 기록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사고없이 대회 잘 마무리지었고, 저수령 맛집도 클리어해서 이쯤에서 만족하려 합니다.
참가하신 분들 모두 수고하셨고, 남은 단풍시즌 즐거운 라이딩 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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