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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C 아이템

크리스 리브 라지 세벤자 유니크 그래픽 구입기

 

 

크리스리브 나이프, 그리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나이프인 "세벤자(Sebenza-아프리카 줄루어로 'Work'의 의미)"를 알게 된 건 한 20여년전인 것 같습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외관에 나이프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저조차도 매료되더군요.

없던 시절 당시...(물론 지금도 없습니다만...;;) 가격을 보고는 이내 소유욕을 가라앉힐 수 밖에 없습니다만...

항상 언젠가는 하나쯤 가지고 싶다는 마음만은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십수년이 흐른 후 좋은 기회를 얻어서 우드인레이가 들어간 세벤자21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이름 뒤의 숫자는 세벤자가 처음 나온 뒤 몇년이 지난 후에 나온 새 시리즈인가를 가리킵니다.

그 전에 클래식 버전이라던가 몇가지 있었던 것 같지만, 숫자로는 21, 25, 31 이렇게 세가지로 크게 버전업이 되어 출시되었나 싶습니다.

(25는 생김새가 조금 다른데, 현재 판매 중인 '인코시(Inkosi-줄루어로 지도자, 통치자)'라는 나이프의 모태가 되었던 것 같구요)

 

뒤늦게 구한 이 세벤자21이 너무 맘에 들어서 '이왕이면' 하는 생각에 결국은 유니크 그래픽 모델까지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리브의 모든 폴딩나이프들이 그렇 듯 세벤자도 6AL-4V 티타늄 합금 핸들로 되어 있고,

핸들 위에 아무 장식이 없는 플레인(Plain)모델부터, 마이칼타(Micarta)나 목재 인레이가 올라간 모델, 그리고 티타늄 자체에 각종 형상이 새겨진 CGG(Computer Generated Graphics)와 유니크 그래픽(Unique Graphic) 모델이 있습니다.

그 외 세부적인 옵션들에 대해선 다음에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CGG는 CAD&CAM 소프트웨어를 통해 핸들에 문양을 새긴 것입니다.

https://chrisreeve.com/blogs/how-tos/computer-generated-graphics-cggs-through-the-years

 

Computer Generated Graphics (CGGs) Through the Years

Computer Generated Graphics (CGGs) were introduced sometime in the late 1990s on the Sebenza and Umfaan (retired), as the age of technology was really beginning to shine.  Using Computer Aided Design (CAD) and Computer Aided Machining (CAM) software, we w

chrisreeve.com

이건 마침 크리스 리브 공식 웹사이트에 그간 출시되었던 모델들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유니크 그래픽인데요.

이건 캐드캠의 완전 자동화로 새겨지는 문양이 아닙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ZGb-juKPlU&t=522s

 

 

직원 리사씨가 '수동' 밀링머신으로 일일이 파내서 작업하는(!) 말그대로 유니크한 그래픽이 새겨진 모델입니다.

전 주문 전에 이 영상을 보지 못했는데, 설마 이렇게 만들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주문 넣을 때 리사한테 내용을 전달하겠다는 메일은 대충 봤지만... 이렇게 만들 줄은...^^

 

 

 

 

아노다이징된 티타늄 핸들을 밀링으로 파내서 그래픽을 만들고...

 

 

사포에 밀어서 음각된 부분만 색깔이 나오게 만들고...

 

 

마스킹 테잎을 붙이고 각종 구멍들은 막은 다음 고객이름 적고...

그래픽 면과 홀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샌드블라스트 처리

 

 

이건 아노다이징하는 장면인데 적절히 마스킹도 하고, 전압도 조절하고-티타늄 아노다이징은 전압에 따라 색상이 달라집니다-, 용액에 넣었다 빼는 타이밍도 바꿔가며...

색상에 따라서 이 작업이 여러차례 반복되기도 합니다.

 

 

지금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그래픽은 처음 작업할 때 4시간 걸렸다는군요.

같은 이름의 그래픽이라도 조금씩 다른 이유도 알 것 같고(거의 수작업이니...)

 

 

제가 구입한 "Night Sky"도 있네요.^^

근데 그 아래 빌딩들 잔뜩 있는 게 수동 밀링으로 그리기엔 헬...일 것 같습니다.;;

 

 

원래 유니크 그래픽 주문할 때 완전 새로운 디자인으로 하려고 했었습니다만...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 하며 한달이상(....) 메일을 주고 받았었습니다.

결국은 제가 원하는 그래픽과는 차이가 커서 기존 디자인으로 고르긴 했는데요.

설마 이렇게 만들 줄은 몰라서 그랬는데, 제가 엄청 까탈스런 고객이었겠다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픽 결정하고 주문할 때, 알았어~ 리사한테 잘 전달할께~라고 메일을 받았는데...

다시 한번 잘 만들어준 리사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ㅎㅎ

 

영상을 보고나니 유니크 그래픽 오더가 왜 중단이 되었나 짐작이 되기도 합니다.

(리사씨를 갈아서 만들어왔...)

저같이 까탈스런 고객의 주문이 수십, 수백 건 밀리면....;;

 

 

그래서 재작년 3월에 주문이 완료되고, 18~20월 쯤 걸린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어차피 오래 걸릴테니까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2년을 어떻게 기다려요?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냥 잊어버리고 있어서 사실 그렇게 안달나게 기다리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올 초엔가 "지금 세벤자 주문하면 4년 걸린다더라"하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 내 세벤자?

하고 떠오르더군요.

주문한 지 2년은 안되었나 싶었구요.

그래서 설마...?

하는 생각에 메일함을 뒤집니다.

 

 

작년 5월에 만들어줄 준비가 되었다는 메일이 온 걸 찾았습니다.

(그래서 스팸메일 잔뜩 있는 메일 주소를 쓰면 안되는데...)

 

망했네...하며 지금이라도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답장을 씁니다.

안된다면 돈굳은 거고 싶은 심정으로요...;;

 

 

 

의외로 바로 만들어주겠다는 답장이 왔습니다.ㅎㅎ

그리고 주문 당시엔 강재가 S45VN이었는데, 마그나컷으로 바꿀 수 있냐고 했더니...

역시나 마그나컷으로 만들어 준다더군요.^^

 

12-14주라더니만 2주만에 완성되었다는 완성되었다는 메일이 왔고, 그 때서야 결제를 했습니다.

주문할 때가 아니라 나이프가 완성되면 결제하는 크리스 리브의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 지...ㅎㅎ

 

배송도 일사천리였지만, 처음 한국 주소에 익숙하지 않은 크리스 리브 직원이 주소를 잘못 적는 바람에-쉬핑 어드레스와 빌링 어드레스를 막 섞어서- 급히 수정요청하느라 식겁하기도 했네요...;;

 

 

 

나이프 자체가 완성되길 기다린 건 얼마 안됩니다.

어차피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하고 잊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뻔히 우리나라 인천공항 세관에 있는 걸 알면서도 기다리는 건 정말 답답하더군요.;;

 

통관대행과 도소증 발급까지 한달 반이 걸렸습니다.

진심 사리 생기는 줄 알았습니다.ㅜㅜ

도소 해외 직구하시는 분들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ㅎㅎ

 

받고 보니 역시나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드는 자태였습니다.

잘 만들어 준 리사씨 정말(X2) 고맙습니다.

 

 

제가 주문했던 2년 전엔 분명 이랬는데, 지금은 기본 4년....

게다가 유니크 그래픽은 공홈에서 주문조차 불가능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추가로 사진들 좀 더 첨부해봅니다.

 

 

 

이상 14개월 만에 받을 수도 있었지만 2년만에 받게 된 나이프 이야기였습니다.

(교훈-메일함을 잘 확인하자)

다음엔 현재 크리스리브 공홈의 주문옵션에 대한 이야기도 적어볼까 싶습니다.^^